‘전세 끼고 집 팔기’, 즉 갭투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흔한 거래 방식 중 하나입니다. 매매가에서 전세 보증금을 뺀 차액만으로 소유권을 이전하는 편리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용하죠. 그런데 만약, 이렇게 집을 팔고 매매대금까지 모두 받은 후에 법원으로부터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 2억 원을 대신 돌려주라”는 명령을 받는다면 어떨까요?

믿기 힘든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이는 울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매도인 P씨는 아파트를 정상적으로 판매했지만, 결국 세입자의 보증금 2억 원을 고스란히 물어줘야 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던 걸까요? 이 사건 속에 숨겨진 치명적인 실수 3가지를 통해 당신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법을 알아보겠습니다. 💡
첫 번째 실수 – ‘임차인 동의’ 없는 매매,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돌아옵니다
P씨가 저지른 가장 결정적인 실수는 바로 임차인의 공식적인 동의 없이 집주인의 지위를 새로운 매수인에게 넘긴 것이었습니다. 법적으로, 임차보증금 반환 의무는 일종의 ‘채무’입니다. 그리고 채권자(임차인)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는 제3자(새로운 매수인)가 채무를 넘겨받더라도 원래 채무자(원래 집주인)는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많은 매도인이 전세 계약이 있는 집을 팔면, 보증금 반환 책임도 당연히 새로운 집주인에게 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의 판단은 다릅니다. 세입자의 동의가 없는 채무 이전은 법적으로 ‘면책적 채무 인수’가 아닌 ‘이행 인수’로 간주됩니다.
✍️ 면책적 채무 인수 vs 이행 인수
- 면책적 채무 인수: 세입자가 “새로운 집주인을 나의 집주인으로 인정합니다”라고 동의한 경우. 원래 집주인은 책임에서 면책됩니다.
- 이행 인수: 세입자의 동의가 없는 경우. 새로운 집주인은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생기지만, 원래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산 보호의 세계에서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사소한 법률 지식이 아니라, 깔끔한 거래와 수억 원의 채무가 수년 뒤 당신을 덮치는 것을 가르는 절대적인 경계선입니다. 대법원 판례는 이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에 관해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 인수가 아니라 이행 인수로 보아야 하고,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채권자 즉 임차인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집을 팔고 소유권 이전을 마쳤기 때문에 모든 거래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숨겨진 법적 요건 하나를 놓치면, 거래가 끝난 지 한참 뒤에 수억 원의 책임이 다시 당신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실수 – ‘공인중개사만 믿었다가는 큰코다칩니다’
억울했던 P씨는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공인중개사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의무를 ‘거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를 중개하는 것’으로 한정했습니다. 채무 인수의 법적 성격과 같은 복잡한 권리관계 분석과 법률적 조언까지 제공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 공인중개사는 법률 조언가가 아닙니다공인중개사는 거래의 원활한 진행을 돕는 중개인(transaction facilitator)이지, 당신의 법적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지는 법률 조언가(legal advisor)가 아닙니다. 계약서상의 복잡한 권리나 의무 관계에 대해서는 매도인 스스로가 변호사나 법무사 같은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며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판결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계약의 당사자인 당신이 법률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고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실수 – ‘세입자 보험’이 당신을 구해주지 않습니다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새로운 집주인은 집을 산 뒤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 없이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했고, 결국 집을 경매로 넘겨버렸습니다.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세입자는 다행히 가입해 둔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보험사로부터 보증금 2억 원을 돌려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 걸까요? 아닙니다. 여기서 ‘구상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보험사는 세입자에게 지급한 2억 원을 회수하기 위해 법적인 채무자를 찾았고, 그 대상은 바로 세입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집을 판 원래 집주인 P씨였습니다. 법적으로 보증금 반환 책임이 여전히 P씨에게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입자의 보험은 정확히 의도대로 작동했습니다. 세입자를 보호해준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보험은 세입자를 위한 ‘방패’에서, 법적 의무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원래 집주인 P씨를 직접 겨누는 ‘법률적인 창’으로 돌변했습니다. 채무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하고 집요한 채권자인 보험사에게로 이전되었을 뿐입니다. 😨
그렇다면 어떻게 내 자산을 지킬 수 있을까?
이와 같은 파국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 조치는 단순히 권장되는 사항이 아니라, 전문가가 실행하는 안전한 매매의 필수 요소입니다.
Step 1: 반드시 ‘임차인 승계 확인서’를 받으세요
- 현재 세입자에게 매매 사실을 알리고, 다음 내용이 명시된 확인서에 반드시 서명을 받아두어야 합니다.
- “위 임차인은 위 매매 계약에 있어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데 동의하며, 추후 임대인의 지위 승계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
이것이 바로 법적 효력을 갖는 ‘면책적 채무 인수’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
Step 2: 매매 계약서에 ‘특약’을 명시하세요
- 부동산 매매 계약서의 특약 사항에 보증금 반환 채무를 매수인이 인수한다는 점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 여기에 더해, 해당 임대차 계약서를 매매 계약서에 첨부하여 법적 관계를 더욱 명확히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매수인은 아래 표에 기재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무를 전액 인수하기로 한다. 매수인이 승계하기로 한 임대차에 대한 각 임대차 계약서는 본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첨부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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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승계 확인서’ 작성 가이드와 필수 항목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확인서에 꼭 들어가야 할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서 제목: ‘임대차 계약 승계 확인서’ 또는 ‘전세 승계 동의 확인서’
- 부동산 정보: 주택의 주소, 동·호수, 임대차 계약 내용 (보증금, 계약 만료일)을 정확히 기재합니다.
- 매매 사실 고지: “본 주택이 20XX년 XX월 XX일 매매되었으며, 매수인 OOO이 새로운 임대인이 됨을 임차인에게 고지하였습니다.”
- 임차인 동의 문구: “위 임차인은 위 매매 계약에 있어 매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데 동의하며, 추후 임대인의 지위 승계에 대하여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
- 당사자 서명: 매도인(기존 집주인), 매수인(새 집주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임차인이 직접 서명하거나 날인합니다.
이 확인서는 공인중개사의 중개 하에 작성하고,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한 부씩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꼭 넣어야 할 특약 필수 문구
전세 승계 확인서는 임차인과 매도인/매수인 간의 관계를 정리하는 문서입니다. 이와 별개로,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약속을 명확히 하는 특약도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 특약 문구는 전세 보증금 반환 의무가 매수인에게 넘어갔음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 “매수인은 위 부동산에 설정된 임대차 계약(보증금 OOO원, 만료일 OOO)을 승계하기로 한다.”
- “임대차 보증금 OOO원은 잔금 지급 시 매매대금에서 공제하는 것으로 한다.”
- “임대인(매도인)과 임차인의 관계는 본 매매 계약을 통해 매수인에게 승계되며, 매도인은 임차인에게 매매 사실 및 임대인 지위 승계에 대한 동의를 받을 의무가 있다.”
이 특약은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역할을 합니다.
‘관행’에 당신의 자산을 맡기지 마세요
전세를 끼고 집을 파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거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이처럼 막대한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적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알아서 해주겠지, 다들 이렇게 하니까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관행’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법적으로 안전한 거래를 위한 최종 책임은 공인중개사나 관행이 아닌, 바로 자산의 주인인 당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의 가장 큰 자산을 거래할 때, 당신은 ‘관행’에만 의존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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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FAQ)
Q1. 임차인 동의는 꼭 서면으로 받아야 하나요?
A. 구두로 동의를 받는 것도 가능하지만, 추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위 사례처럼 임차인 승계 확인서를 받아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Q2. 매매 계약서에 특약만 있으면 충분한가요?
A. 특약은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약속이므로, 임차인과의 관계에는 직접적인 효력이 없습니다. 임차인의 동의를 별도로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3. 임차인이 동의를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임차인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매도인은 잔금일에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고 명도 확인서를 받은 뒤 매수인에게 주택을 인도해야 합니다. 또는 매수인이 잔금 중 보증금만큼의 금액을 제외하고 매도인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협의해야 합니다.
Q4. 이 사건은 왜 다시 매도인에게 책임이 돌아왔나요?
A. 새로운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이행하지 않았고, 세입자도 새로운 집주인을 자신의 임대인으로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험사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법적 의무가 남아있는 원래 집주인(매도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Q5. 전세보증보험 가입자가 아니어도 이 위험에 노출되나요?
A. 네, 그렇습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보증금 반환 채무는 법적 의무가 남아있는 원래 집주인에게 있습니다. 보험 가입은 세입자의 위험을 덜어주는 수단일 뿐, 매도인의 채무 관계를 정리해주는 것은 아닙니다.